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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아카데미 인문학 대중강연] 10회. 아프게 하는 사회, 이 시대가 요구하는 윤리 본문

순간의 순간/플라톤 아카데미 - 어떻게 살 것인가?

[플라톤 아카데미 인문학 대중강연] 10회. 아프게 하는 사회, 이 시대가 요구하는 윤리

Jon Lee 2014. 11. 30. 16:55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 인문학 대중강연 - 어떻게 살 것인가? 10회는


"아프게 하는 사회, 이 시대가 요구하는 윤리"라는 주제로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손봉호 명예교수님께서 진행하셨다.


11월 18일 드디어 마지막 강연이 끝났다. 10회 내내 참석하다 보니 한 학기 동안 학교를 다닌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매 강연마다 강연자 분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지만, 이번 마지막 강연은 강연이 끝난 지금도 나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마 이번 강연에서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 다른 분들께도 확실하게 전달됐으리라 생각한다.


그럼 지금부터 2014년 플라톤 아카데미 인문학 대중강연의 마지막 강연을 짚어보자.

















"쾌락이 좋고 고통이 나쁘다는 것은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마음이 그것을 느낀다." - 파스칼


"행복은 다른 것을 위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고통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칼 포퍼




교수님은 이 두 문구를 말씀해주시며 행복을 추구하기에 앞서 고통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셨다.


그리고 행복과 고통의 차이를 말씀해주셨다.


행복이 지속되면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반면 고통이 지속되면 계속 느낀다.


그러므로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인간이 안락사를 만든 이유도 이와 관련있다. 이는 죽음보다 고통이 심각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희귀병도 있는데, 통증을 느끼지 못해 몸이 자신도 모르게 닳아 더 빨리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아픈 것은 어찌 보면 축복이라 할 수도 있다.




"인간은 주로 병든 동물이다. 그러나 그의 문제는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

'무슨 목적으로 고통을 당하나' 하는 절실한 질문에 대해 대답이 없다는 사실이다..." - 니체


"역사에 어떤 의미라도 있으려면 반드시 고통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 - 리비드


"삶에 어떤 의미라도 있다면 반드시 고통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 - 프랑클




이처럼 고통은 고통 그 자체로 존재하면 안 되고 고통에 의미가 있어야 궁극적으로 그 고통을 피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통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언제, 왜 오는 것일까?


고대 인류는 고통이 신에게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고통에 대한 인식은 신에게서 오는 고통에서 자연에서 오는 고통으로 변화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신도 아니고 자연도 아닌, 사람에게서 오고 있다.


사람에게서 오는 고통은 우리가 더 이상 자급자족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욕심으로 번질 때부터 나타났다.




"Moral Man and Immoral Society" - 니버




사회는 개인보다 비도덕적일 수 있다. 개인의 이기주의가 사회로 확장되면 개인 이기주의는 회피된다.


그런 현상이 바로 우리를 "아프게 하는 사회"가 되게 한다.




사회! 사회가 인간을 만든다. 그리고 모든 사회엔 강자와 약자가 존재한다.


고통을 당하는 사람은 대개 약자이다. 즉 모든 비도덕성은 약자이다.




"뇌물이란 가난한 사람의 돈이 부자에게 직행하는 것" - 배일리




사회가 부패할 수록 강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더욱 약해진다.




사회의 제도, 전통, 관습이 고통을 주기도 한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인도에서는 과부를 불태워 죽이는 풍습이 있기도 했고, 아프리카의 일부 부족에서는 여성할례가 아직도 행해지고 있다.


그리고 기술이 고도화될 수록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데, 기업이 하이패스, 다이너마이트 등으로 이익을 챙기는 대신 기존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그 예이다.




그렇다면 사회가 개인에게 고통을 가했다면 과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교수가 학생을 성희롱 했는데, 그 학생은 해당 교수가 아닌 대학교를 상대로 고소했다고 한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이처럼 사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실상 사회 혹은 큰 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 아픈 사회에서 살기 위해서는 동기윤리와 책임윤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칸트가 중시한 동기윤리에 따르면 선한 마음을 갖고 윤리적으로 행동하면 결과가 어떻든 옳다.


반면 베버가 중시한 책임윤리에 따르면 선한 마음으로 행하였더라도 그 결과가 악하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베버가 중시한 책임윤리는 동기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이는 곧 지식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책임윤리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윤리이다.




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47점, 청소년 행복지수는 60.3점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이스라엘 75점, 미국 65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점수이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보다 낮은 점수이다.


그리고 2012년 평균 생활만족도(Average Life Satisfaciton)는 110개 국가 중 104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이토록 행복지수와 생활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우리나라 국민정서에 경쟁심리가 너무나도 강하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무속종교와 유교에 근거한 차세중심적 세계관에서는 삶의 목적이 입신양명(立身揚名)에 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생각을 잠시만 들여다 보아도 우리 사회에 경쟁심리가 얼마나 내재되어 있는 지 알 수 있다.


교수님은 강연 도중 "75점을 받는 반 1등 아들이 더 좋은가, 아니면 95점을 받는 3등 아들이 더 좋은가"라고 청중들에게 물어보셨다.


95점 3등에 손을 든 분들보다 많은 분들이 "75점 1등"에 손을 들어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교수님은 이에 대해 "경쟁심리와 유교적 세계관을 고치지 않으면 절대로 행복을 찾을 수 없다"고 하셨다.




불공정한 경쟁이 판을 치는 것을 우리는 뉴스에서 많이 보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도덕적 해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탈세율은 26.8%이고, 보험금의 13.9%가 사기로 지급되고 있으며, 교통사고 입원율은 일본의 9.5배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군부(君父)의 원수는 불공대천(不共戴天)이라 했으니 내 평생에 죽어도 거짓말을 아니 하리라"고 하였다.


거짓말을 많이 할 수록 나라는 힘을 잃게 마련이다.




윤리란 "직접적, 간접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의식적으로 정직해야 한다.


사실이 아닌 것이 거짓은 아니다. 다른 사람을 억울하게 하는 것이 거짓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의식적으로 공정해야 한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고 살아왔던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잘못을 하고 살아왔던가.


교수님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더라도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폐를 끼칠 수 있으니 자신의 말과 행동에 항상 주의하라는 것을 강조하셨다.


그러고 보면 나도 남들을 생각해서 말했더라도 결국엔 남들에게 마음의 짐을 주게 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교수님의 이런 촌철살인같은 말씀이 뇌리에 담겨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고, 마지막으로 교수님이 강조하신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행복 이전에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만 않고 살아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 정말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드디어 2014 플라톤 아카데미 인문학 대중강연 - 어떻게 살 것인가?의 모든 강연이 끝났다.


재방을 보든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든 강연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되새김질 하며,


그리고 새로운 것들을 모색하며 마음의 양식을 끊임없이 쌓아나갈 것이다.


아, 설문조사와 블로그 포스팅 덕에 플라톤 아카데미에서 책 두 권을 선물해 주었다 ㅎㅎ (수료증도 받았다 ㅎㅎ)


작년에 했던 강연 "나는 누구인가"를 담은 책과, "민혜련의 파리 예술기행"이라는 책이다.


작년 강연은 베르나르 베르베르밖에 듣지 못했는데, 선물 덕분에 작년 강연까지 알게 될 수 있을 것 같고


개인적으로 파리를 가보지 않아 책을 통해 파리를 미리 여행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내년 이화여대에서 펼쳐질 강연도 (갈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기대된다.


좋은 강연과 좋은 책을 제공해준 플라톤 아카데미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플라톤 아카데미 강연 포스팅을 마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