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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순간/플라톤 아카데미 - 어떻게 살 것인가?

[플라톤 아카데미 인문학 대중강연] 1회. 어떻게 살 것인가?

Jon Lee 2014. 9. 27. 18:45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http://www.platonacademy.org)에서 진행하는 인문학 대중강연이 시작되었다.


10회까지 진행되는 이번 강연은 매 주 화요일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진행한다.


작년 인문학 대중강연의 주제였던 "나는 누구인가?"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강연을 듣고,


이 강연이 내가 살아가는 데 생각할 거리를 매우 많이 준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깨달아 올 해의 모든 강연을 신청하였다.


나는 이 강연을 통해 "나는, 그리고 나와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찾아볼 생각이다.






첫 번째 강연자이신 김상근 (연세대학교 신학과) 교수님은 먼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발제하였다.


그러면 지금부터 김상근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재정리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에 조금씩 접근해 보도록 하겠다.









우리가 가장 먼저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인문학에서 가장 먼저 추구해야 할 것은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즉 인문학의 최종 목표는 자기성찰이고, 성찰을 통해 얻은 능력을 타인에게 행하는 것이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렇게 타인에게 그 능력을 실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게 된다.




2014년의 한국은 "Aporia의 상태"에 놓여 있다. 이는 위기보다 심한 상태로, 즉 "길 없음의 상태"를 말한다.


지금의 우리는 서로의 가치관이나 사상이 다르면 그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서로를 헐뜯기 바쁜 상태가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에서 인문학은 손가락을 남에게 향하게 하지 않고 자신에게 향하도록 한다.


즉 인문학은 Aporia의 노(怒)를 내려놓게 하고, 별을 바라보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Aporia는 고대 그리스의 세 가지 전쟁을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다.


그리스의 첫 번째 아포리아는 페르시아 전쟁(BC 499~449)이다.


헤로도토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500만 군사를 이끌고 그리스를 침격했다.


그리스의 두 번째 아포리아는 내전이었던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1~404)이다.


이 두 차례의 전쟁은 20세기에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지배당하고, 광복 이후 북한과의 전쟁을 겪은 시대적 상황과 맞물린다.


그리스의 세 번째 아포리아는 소크라테스의 죽음(BC 399)이다. 소크라테스는 청년들을 선동하였다는 죄를 받았고, 끝내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2014년 우리나라를 보면 오히려 청년들이 어른들의 사상 대결에 의해 죽어가고 선동당하는 현상을 보이곤 한다.




아테네 델로스 동맹(BC 477) 이후에는 황금 시대가 도래하였는데, 그리스 문화보다 황금 자체가 숭배되어 물질만능주의 사상이 퍼져나갔다.


청년들은 아테네의 창시자인 테세우스를 숭배하기 시작하였고, 몸을 가꾸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였다.


이들은 "아름다운 사람들"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사회적 현상이 발생한 지 꽤 되었는데, 운동과 관련한 매체를 지나치게 다룬다든지, 성형과 돈을 중시하게 된 것이 그 예이다.


이러한 사상이 중심이 된 와중에 소크라테스는 소망했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꾼 다음, 외적인 재산은 내면과 일치하게 하소서"



그리고 그는 말했다.



"캐묻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그는 전쟁에도 참여했는데, 포티타이아 전투 중에는 엄청난 사색을 하여 "아레테(Arete)", 즉 탁월함의 개념을 재정립하였다.


그는 탁월함이란 "신체적 탁월함, 용맹, 용기"가 아니라, "절제, 헌신, 정의의 실현, 지헤(소피아)의 추구"라고 정의하였다.


이 전쟁 이후 소피스트들이 장광설(長廣舌)을 가르칠 무렵, 소크라테스는 산파술(産婆術)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소크라테스는 산파술을 가르치며 이렇게 질문하였다.



"부, 명예, 명성을 안달하면서도 지혜와 진리와 혼의 최선의 상태는 생각지도 않는 것인가?"



소피스트들은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이라는 희극에서 그를 대놓고 조롱하였는데, 소크라테스는 이 희극을 직접 보고 나서 말했다.


"혹시 내가 고칠 점이 있다면 이 연극을 통해 고치기 위해 왔다."




소크라테스는 제 3차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후 민주당에 속한 30인의 참주가 그를 고소하여 감옥에 갇혔고, 옥중사 하였다.


그의 스승이었던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세 번째 아포리아를 극복하기 위해 "플라톤 아카데미"를 만들어 청년들을 교육하기 시작하였다.


플라톤은 이 아카데미에서 "국가"에 대한 정의를 내렸는데, "이상국가 건설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하였다.



『 통치자는 지혜를 추구한다. 그 지혜는 전체에 도움을 주는 전문지식이어야 한다.


수호자는 소신을 보존한다.


일반인은 절제하는 삶을 살고, 우수한 사람이 통치를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각자가 제 할 일을 하는 것이 정의이다. 』



... 너무 이상적인 답변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하지만 그는 국가론의 후반부에 나의 의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그 대답은 "수호자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로 시작한다.


그는 동굴의 비유를 들어 "쇠사슬을 끊고 동굴 밖으로 나가서 이데아(빛)을 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인문학은 함께 가는 삶을 추구한다.


그리고 교육은 혼의 지적 기관을 어떻게 전향시킬 수 있는가 하는 기술이지, 그 기관에 시력을 넣어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동굴 밖에 나가서 태양을 보는 것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성찰 뿐이다.


동굴에 나가서 머물러 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 동굴 밖에 나온 자들은 고통과 명예에 머무는 자들을 동굴 밖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김상근 교수님의 강연이 끝나고 5분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 고 은 시인(1933~)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고 은 시인은 강연을 하지 않는 대신 대담을 진행하였다.


고 은 시인은 전반적으로 허무주의를 추구하고 있었다. 이제 그의 사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다.




"잎사귀가 떨어질 때 본질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일제시대에 태어나 모국어를 일본어로 시작하였다고 한다. 1945년 해방 이후 그에게 찾아온 광복은 "한글"이었다.


그는 자크 데리다처럼 부재자에 대한 실재자의 지속적인 봉헌을 추구하였다.


그가 다작(多作)하게 된 이유는 소월, 이상 등의 시인들이 쓰다 만 시를 대신 쓰고,


그들이 가졌던 슬픔과 술을 다 안고 가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 은 시인이 허무주의를 추구하게 된 시기는 1950년대이다.


그는 살아오면서 인간의 근대화에 대해 강한 의심을 품기 시작하였다.


1950년대부터는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데 급급하였고, 인간의 내면까지 폐허가 되었다.


그 자신도 그러한 시대의 영향을 받아 "폐허"가 되었었고, 그런 경험 때문에 그는 순수한 고장을 잃어버린 허무주의를 표방한다.




12년 동안 출가했었던 그이지만 아직도 죽음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1970년대 반독재의 시기에서 그는 그의 존재 자체를 소극화시켰고, 삶의 의미를 갖지 않았었다. 죽음이 전염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수 번의 보복학살을 눈으로 보고 살아남았다.




그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청춘들이 내일이 없는 날을 살고 있기도 하고, 막막한 시장논리에 갇혀 사는데,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으로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범죄스럽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3위에 달할 정도로 높다.


"사형제가 싫다. 사형제를 증오한다. 트렌드가 싫다. 힐링이 싫다."


그는 한국의 자살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경험적 조언을 해 주었다.


그 조언은 그의 아내가 강연날 아침밥을 함께 먹으며 그에게 얘기해준 말이다.



"삶은 상처이다. 그리고 삶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삶은 살아가는 동안에 자기가 사는 것이다.


나는 누구의 며느리도 아니고, 누구의 손자도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이다.


나는 우주의 고독한 별빛. 내가 자초한다. 내가 빅뱅이다."



그는 이에 덧붙여 말했다.



"관계적 존재로서 성찰해야 한다. 왜냐하면 관계가 나의 존재를 만들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대립과 세대간, 커뮤니티간의 갈등으로 얼룩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돈과 명예, 몸 가꾸기와 멋진 외모에 대한 대중의 갈망은 이미 절정에 다다른지 오래이다.


정치구도가 바뀌고, 외면에 대한 갈망이 줄어들면 사회의 인식이 조금씩은 변할지언정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다행인 것은 그 변화가 조금씩이라도 진행된다는 것이다.




에픽하이 3집 타이틀 곡 "평화의 날"의 이 가사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남자는 몸 대신 사상을 키워."


외면에의 갈망은 대체로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남들의 시선에 의해 원하게 된 갈망일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가치인데 자신이 원하는 가치라고 주입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려면 서로의 사상을 존중함과 동시에 자신의 사상을 지켜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인문학에서 추구하는 교육과 일치하는 방향일 것이다.


남들에게 특정한 생각을 주입하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그런 것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강연을 통해 내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스스로에게 무엇이 소중한 지 끊임없이 물어보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키우며,


함께 하는 삶을 위해 서로를 존중해주자" 이다.









마지막으로 고 은 시인의 열정적인 시 낭독이 떠올라서, 시 낭독 하실 때의 사진을 올린다.


다음 강연은 "질문하는 힘 : 철학자가 던지는 5가지 물음"이다.


또 어떤 내용으로 내 생각을 즐겁게 할 지 궁금해진다 :)